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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는 일 못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 주무관과 팀장, 공직에서 능력을 조직의 힘으로 바꾸는 법

한 과의 업무는 보통 주무관과 팀장, 과장이 함께 책임진다. 형식적으로는 과장까지 하나의 결재선 안에 있지만, 실제 업무는 주무관과 팀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과정도 그렇다. 먼저 주무관과 팀장이 공모사업에 참여할 것인지 의견을 나눈다. 팀장은 과장과 상의하고, 필요하면 군수나 시장의 결심을 받아 최종적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주무관의 의견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실제 업무를 맡아 자료를 찾고 계획서를 만들며 사업을 추진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공모사업 참여가 결정되면 주무관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과업지시서를 작성하고,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계약을 의뢰하며, 업체 선정과 착수, 중간보고회, 계획서 작성과 제출, 평가 대응까지 대부분의 실무가 주무관의 손을 거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팀장과 과장이 사업을 이끄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업무의 실제 흐름은 주무관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주무관이 움직여야 팀이 움직인다

경험이 많은 주무관이 있는 팀에서는 팀장의 일이 크게 줄어든다. 주무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다음 단계를 예상하며, 필요한 때에 보고하고 협의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무관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면 작은 문제도 큰 문제로 번지기 쉽다.

팀장이 여러 가지 사항을 설명하고 지시했는데도 주무관의 반응이 없다면 팀장은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업무는 멈춰 있는데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흐르게 된다.

물론 모든 책임을 주무관에게 돌릴 수는 없다. 팀장의 지시가 불분명했거나, 팀장이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공직사회는 순환보직이 일반적이어서 팀장이라고 반드시 해당 업무에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새로운 업무를 맡아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상황은 경험이 부족한 주무관과 생소한 업무를 맡은 팀장이 한 팀을 이룰 때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서로가 알아서 해 주기를 기대하면 업무는 쉽게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반드시 결과까지 나쁜 것은 아니다. 기본을 지키면 처음 맡은 어려운 업무도 좋은 경험으로 남길 수 있다. 반대로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기본이 무너지면 조직 안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기본, 보고는 곧 피드백이다

그 기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나는 ‘보고’라고 생각한다.

보고라고 하면 격식을 갖춘 문서나 상급자 앞에서 하는 어려운 설명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보고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더 쉬운 말로 바꾸면 피드백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일정이 왜 늦어지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알려 주는 일이다.

보고는 결재를 받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업무를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대화다.

내가 주무관으로 근무할 때는 업무를 맡으면 먼저 팀장에게 언제까지 처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내기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며칠 정도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다시 보고했다.

이렇게 하면 팀장은 업무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문제가 생겼다면 팀장으로서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다른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지, 과장에게 상황을 알려야 하는지,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일수록 중간 보고가 중요하다

업무는 대부분 하루 만에 시작되어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몇 달이 걸리기도 하며, 해를 넘기기도 한다. 끝내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다.

이처럼 시간이 필요한 업무일수록 중간 보고가 중요하다. 시작할 때 한 번 보고하고 결과가 나왔을 때 다시 보고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사이에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서로 알아야 한다.

주무관이 적시에 피드백을 하지 않으면 팀장은 점점 신뢰를 잃게 된다. 업무가 늦어지는 것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왜 늦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팀장이 여러 차례 묻고 나서야 “아직 못 했습니다”라는 답을 듣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업무를 맡기면서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주무관이 현재 상황을 자주 공유하면 일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기 때문에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끙끙거리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이다

주무관이 일을 하다가 어렵거나 난해하고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면 혼자 끙끙거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혼자 오래 고민한다고 반드시 좋은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팀장이나 과장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다만 도움을 요청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제출 기한이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처음으로 문제를 꺼내면 누구도 충분히 도와주기 어렵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까지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좋은 보고다.

주무관은 팀장에게 보고하는 일을 특별한 행사처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대화하듯,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무엇을 시작했고, 어디까지 왔으며, 무엇이 어려운지 그때그때 이야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고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제대로 한 것이 없어 보일까 걱정할 수도 있고, 보고하면 또 다른 일이 생길 것 같아 피하고 싶을 수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는 것이 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고를 늦춘다고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만 줄어들고 마음속 부담은 더 커진다.

보고는 내 업무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다

팀장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면, 보고를 막고 있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현재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자신도 그 업무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는 상급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자기 업무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설명할 내용을 준비하다 보면 자료를 한 번 더 검토하게 된다. 빠진 자료를 발견하고, 논리가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며, 필요하면 새로운 자료를 추가한다. 현재 상황을 말로 정리하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잦은 보고가 반드시 번거로운 일만은 아니다. 보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업무가 더 정교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다.

능력과 피드백이 만드는 시너지

주무관이 가진 본래의 능력은 분명 중요하다. 문서를 잘 쓰는 능력, 자료를 찾고 분석하는 능력, 법령과 지침을 이해하는 능력, 사람들과 협의하는 능력이 뛰어나면 업무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이 조직 안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공유하고, 진행 상황을 알리며,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주무관이라도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려 하고, 상황을 공유하지 않으면 팀 전체의 역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아직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자주 묻고, 적시에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아 움직이는 주무관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능력은 현재 가지고 있는 힘이다. 보고와 피드백은 그 힘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연결되도록 만드는 통로다.

주무관의 판단에 팀장의 경험이 더해지고, 팀장의 판단에 과장의 시야가 더해지면 혼자서는 보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가진 부족함은 다른 사람의 경험으로 보완되고, 한 사람이 가진 좋은 아이디어는 조직의 지원을 받아 실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능력과 피드백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다.

보이지 않는 일일수록 진도관리가 필요하다

보고가 잘 이루어지려면 진도관리도 함께 필요하다. 주무관은 업무 진행의 전체 흐름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보통 추진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처음 만든 추진계획이 실제 상황을 모두 반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협의가 늦어지고, 예상하지 못한 절차가 생기며, 일정이 바뀐다.

따라서 추진계획을 한 번 만들고 서랍 속에 넣어 두어서는 안 된다. 중간중간 일정을 다시 확인하고, 지금 시점에서 어떤 일을 해야 전체 사업이 늦어지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일반행정 업무는 건물이나 다리처럼 결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여러 번의 협의, 계획 수립, 자료 작성, 주민 안내, 제도 개선과 같은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쌓여 하나의 행정 성과를 만든다.

건설현장에서는 공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간트차트와 공정표를 활용한다. 언제 어떤 공사가 시작되고 끝나는지 비교적 분명하게 관리한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행정 업무일수록 일정관리가 더 필요하다. 성과가 눈에 바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담당자가 의식적으로 진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시간이 많이 지나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업무를 복잡한 간트차트로 관리하라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주요 단계와 기한을 적어 두고, 주기적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현재 어느 단계인지,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음에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상황이 변할 때마다 팀장과 과장에게 알려야 한다.

주무관만 알고 팀장과 과장은 모르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결국 문제가 된다. 반대로 업무 상황이 계속 공유되면 팀장은 필요한 때에 방향을 잡아 주고, 과장은 조직 차원의 판단이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좋은 주무관, 좋은 팀장

좋은 주무관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 있게 끌고 가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조직의 경험과 판단을 끌어올 줄 아는 사람이다.

좋은 팀장 역시 주무관에게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무관의 보고를 잘 듣고, 질문하며, 문제를 함께 풀어 주는 사람이다. 주무관이 편하게 상황을 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주무관과 팀장의 관계는 지시하고 따르는 관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무관은 현장의 정보와 진행 상황을 위로 올리고, 팀장은 경험과 판단을 아래로 내려보내야 한다. 이 흐름이 원활할 때 업무는 앞으로 움직인다.

주무관의 능력은 혼자 빛날 때보다 팀장과 끊임없이 연결될 때 더 큰 힘을 낸다. 경험이 부족한 주무관도 좋은 피드백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경험이 부족한 팀장도 주무관이 제공하는 정확한 상황을 바탕으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

결국 공직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숨기지 않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일을 함께 풀어 가려는 태도다. 이 태도가 보고와 피드백의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 개인의 능력은 조직의 능력으로 확장된다.

보고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아니다. 일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조직의 경험을 불러오는 행위다.

그리고 좋은 주무관은 일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조직과 끊임없이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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