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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료는 엑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 군 단위 행정 현장에서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방식

기초자치단체, 특히 군 단위 행정에서 자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는지를 살펴보면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자료는 군이 자체적인 필요에 따라 수집하기도 하고,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 등 상급기관의 요청에 따라 만들기도 한다. 군 담당 부서는 필요한 항목과 작성 기준을 정한 뒤 읍·면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 대부분은 엑셀 서식이 첨부된 공문 형태다.

공문을 받은 읍·면 담당자는 서식에 필요한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자료가 읍·면사무소 안에 모두 정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별 현황을 확인하려면 이장에게 연락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현장을 직접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확보한 자료를 정리하여 군에 공문이나 이메일로 제출한다.

군 담당자는 여러 읍·면에서 올라온 자료를 하나로 취합한다. 숫자가 빠진 곳은 없는지, 단위와 기준이 같은지, 중복되거나 이상한 값은 없는지 확인한다. 상급기관의 요청으로 만든 자료라면 취합한 결과를 다시 제출하고, 군 자체적으로 필요한 자료라면 이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기초자치단체에서 흔히 반복되는 행정의 모습이다.

원자료는 컴퓨터가 아니라 현장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이 평범해 보이는 과정 속에는 행정자료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리가 담겨 있다. 행정에서 사용하는 원자료는 처음부터 컴퓨터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을과 농경지, 주민의 생활과 사업 현장에서 사람의 눈과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각 단계마다 사람의 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을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대개 이장이다. 어느 집에서 어떤 농사를 짓는지, 어떤 작물의 재배면적이 늘거나 줄었는지, 마을에 몇 가구가 거주하는지, 어느 지역이 재해에 취약한지와 같은 내용을 이장들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장들의 도움이 없다면 읍·면 직원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마을의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마을 이장들의 수고가 없으면 행정자료가 만들어지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행정의 가장 말단에서 이루어지는 이 협조의 가치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자료 제출

하지만 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자료 제출은 귀찮은 일로 느껴지기 쉽다. 비슷한 자료를 여러 부서에서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제출한 숫자 하나가 전체 자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도 어렵다.

이장에게도 귀찮은 일이라면, 여러 마을의 자료를 받아 정리해야 하는 읍·면 담당자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읍·면 직원은 군청의 특정 부서 하나만 상대하지 않는다. 산업, 건설, 복지, 환경, 안전, 농업, 재난 등 군청의 여러 부서가 읍·면에 각종 자료를 요청한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공문이 내려오고, 각각 다른 형식과 기준에 맞춰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읍·면 직원은 자료 작성만 하는 것도 아니다. 민원을 처리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주민을 만나고, 각종 사업을 집행하는 가운데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공문을 처리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한다.

가장 쉬운 답, ‘해당 없음’의 함정

가장 쉬운 답은 ‘해당 없음’이다.

실제로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임자가 계속 ‘해당 없음’으로 제출했기 때문에 그대로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직접 확인하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보내기도 한다. 자료를 찾고 현장을 확인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해당 없음’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작은 생략이 반복되면 자료의 품질은 조금씩 떨어진다. 어느 순간 행정자료는 실제 현장을 반영하는 기록이 아니라, 이전 자료를 반복해서 옮겨 적은 숫자가 될 수 있다.

특히 군 단위 지역에서는 산업 분야에서 매우 많은 자료가 생산된다. 농업의 비중이 높은 곳이라면 논과 밭의 면적부터 벼, 보리, 키위, 쪽파를 비롯한 각종 농특산물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파악해야 한다.

각종 보조사업 신청자와 대상자, 사업량, 농가 수, 시설 규모, 작황, 피해 현황 등 사업마다 새로운 자료가 발생한다. 작물과 사업의 종류가 많은 만큼 관리해야 할 자료도 끝없이 늘어난다.

단편적 사실이 행정정보가 되기까지

이처럼 많은 숫자와 사실이 행정자료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한 형식과 기준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마을마다 기준이 다르고, 읍·면마다 단위가 다르며, 연도별 집계 방식이 달라진다면 서로 비교하거나 활용하기 어렵다.

마을과 현장에서 얻어진 단편적인 사실은 아직 정보가 아니다.

마을별 자료가 읍·면에서 정리되고, 다시 군에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취합되고 검토되어야 비로소 지역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작은 데이터들이 일정한 형식과 유형으로 모이고, 비교와 분석이 가능해질 때 행정정보로 거듭난다.

이 과정은 사람의 몸으로 치면 말초에서 감각된 정보가 신경을 따라 모여 하나의 판단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마을의 작은 변화가 이장과 읍·면 직원을 통해 전달되고, 군에서 모이고 정리되어 지역의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말초에서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면 전체의 판단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현장에서 정확하고 성실하게 만들어진 자료는 정책과 사업의 방향을 바로잡는 기초가 된다.

그런데 어렵게 만들어진 자료를 정작 담당자들이 그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다루는 경우가 많다. 제출이 끝나면 파일을 보관하는 데 그치고, 자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잊어버린다. 숫자 뒤에 이장과 주민, 읍·면 직원의 확인과 수고가 있다는 사실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엑셀 실력보다 중요한 것

읍·면 직원들의 경험과 능력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자료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꼼꼼히 확인하는 직원도 있지만, 자료 관리 자체를 어려워하는 직원도 있다. 엑셀 서식을 다루는 것부터 부담을 느끼거나, 어떤 자료를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군에서 내려준 서식에 숫자를 입력하는 일만 보면 간단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일은 입력할 값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이다.

마을의 논밭 면적, 가구 수, 작물 재배 현황과 같은 정보는 이장이 상당 부분 알고 있다. 대부분 크게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장에게만 의존하고, 담당자가 마을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채 전달받은 내용을 그대로 보고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장의 기억이 과거 자료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 작황과 재배면적이 최근에 달라졌을 수도 있다. 마을 안에서도 이장이 모두 알지 못하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확인 없이 같은 방식이 반복되면 자료와 현실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따라서 엑셀을 잘 다루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얼마나 성의 있게 자료를 생산하느냐는 점이다.

함수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표를 깔끔하게 만드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잘못된 숫자를 빠르게 취합하는 것은 좋은 자료 관리가 아니다. 현장을 확인하고, 이장의 설명을 듣고, 이상한 값이 있으면 다시 묻고, 기존 자료와 비교해 보는 태도가 먼저다.

행정자료의 품질은 프로그램 사용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장을 대하는 책임감과 확인하려는 자세에서 결정된다.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자료 정리와 분석의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여러 읍·면에서 올라온 파일을 합치고, 이상치를 찾아내고, 연도별 변화를 분석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상당 부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무더운 날씨에 농경지와 마을을 찾아가 작황을 살피는 일, 집중호우를 앞두고 하천과 급경사지, 배수로를 확인하는 일, 재해가 발생한 현장을 직접 보고 피해 규모를 판단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마을 이장에게 전화해 상황을 묻고, 설명이 모호하면 다시 확인하고, 필요하면 현장에 나가 눈으로 살펴보는 일도 사람의 몫이다. 주민의 말투와 표정에서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사정을 알아차리는 것도 인공지능이 쉽게 대신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일하는 읍·면 직원들의 수고가 기록되지 않으면, 최종 자료에는 숫자만 남는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누군가 전화를 걸었고, 마을을 찾아갔으며, 논과 밭을 살펴보았고, 여러 사람의 말을 확인한 결과다.

자료를 관리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그래서 자료를 관리한다는 것은 숫자만 보관하는 일이 아니다. 그 자료가 어떤 방법과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남기는 일이어야 한다. 조사 시점, 확인 방법, 자료 제공자, 집계 기준과 특이사항이 기록되어야 나중에 자료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다.

자료 생산의 원초적인 출발점은 현장이다.

마을의 작은 변화와 주민의 삶, 농작물의 상태와 자연재해의 흔적이 사람의 눈과 발을 거쳐 숫자와 문장으로 바뀐다. 그 작은 기록들이 읍·면에서 정리되고 군에서 취합되면서 지역을 설명하는 행정정보가 된다.

행정자료의 가치는 최종 표에만 있지 않다. 그 표를 만들기 위해 현장을 확인한 사람들의 수고와 책임 속에 있다.

좋은 행정자료는 엑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마을과 들판, 주민의 삶과 현장을 성의 있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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